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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선비와 참된 선비 /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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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儒)’라는 단어처럼 좋은 단어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지식인이라는 단어나 식자인(識字人)이라는 단어도 좋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선비라고 하면 무언가 다른 의미까지 합해져서 큰 뜻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주례(周禮)』라는 중국의 고경(古經)에 “도덕으로 민심을 얻는 사람을 선비라 한다”(以道得民謂之儒 : 天官편)라고 말한 것을 보면 글이나 읽고 행실이 얌전한 사람의 호칭이 선비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선비라는 호칭을 들으려면 학문과 도덕을 겸해서 백성을 구제할 능력을 지녀야만 선비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다산은 일찍이 「속유론(俗儒論)」을 지어 속된 선비와 참된 선비를 명확히 구별한 바가 있습니다. 책이나 읽으며 글을 지어 글장난이나 하고 글자 풀이나 한다고 해서는 선비일 수 없고, 최소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하게 해 줄(治國安民) 능력이 있어야 하고, 오랑캐를 물리치고 재용(財用)을 넉넉하게 하며 문무(文武)를 겸해야만 참된 선비라 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의 글 「문유(問儒)」에는 수유(?儒), 부유(腐儒), 비유(鄙儒), 구유(拘儒), 도유(盜儒), 천유(賤儒), 이유(俚儒), 공유(空儒) 등을 나열하여 세상에 없어져야 할 못된 이름의 선비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실용의 능력을 지닌 진짜 선비이던 순유(醇儒)나 통유(通儒)를 거론하여 그들만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선비라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가장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선비란 역시 지식인에 속하지만, 그냥 책이나 읽고 문장에나 힘쓰는 선비여서는 안되고 세상을 바르게 만들고 백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비가 참 선비라는 말입니다. 글자나 배워 세상 사람들이나 속여먹고, 지도자라는 위치에 올라 온갖 잔꾀를 부리며 억지로 자신의 지위나 유지하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자들은 절대로 선비라는 호칭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선거철이 다가옵니다. 모두가 자신이 최고로 참된 선비라고 떠들어 대는데, 촘촘히 살펴봅시다. 누가 과연 진짜 선비인가를. 거짓 선비는 명쾌하게 물리치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 글쓴이 :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 출처 : 다산연구소_<풀어쓰는 다산이야기> 2006.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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