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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이야기1-①] 목민심서 첫 구절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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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이야기1-①] 목민심서 첫 구절

다산은 《목민심서》의 첫 부분에서 경고한다.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벼슬은 구하지 마라.” (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

왜인가? 목민관(=지방의 수령)은 왕이나 제후처럼 백성을 직접 다스린다. 목민관이 잘못하면 그 폐해가 직접 백성들에게 닥치게 된다. 결과가 심각하고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게다가 목민관의 잘못은 왕이나 제후보다 치명적이다. 왕이나 제후는 그를 보필하는 신하들이 있다. 그러나 목민관(수령)은 아전들의 보좌를 받지만 외로이 홀로 다스리는 격이다. 아전들은 세습하여 그 직을 맡는 데 비해, 수령은 1, 2년 있으면 임기가 되어 떠난다. 아전들이 주인이면, 수령은 나그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악한 아전이 농간이라도 부린다면 어떻게 수령노릇을 하겠는가. 직무수행이 쉽지 않은 것이다. 

목민의 벼슬은 책임이 막중한데 직무수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산은 《목민심서》를 썼으며, 책 맨 앞에 목민의 벼슬을 함부로 구하지 말라고 경고부터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목민관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다산은 말한다. 

“비록 덕이 있더라도 위엄이 없으면 잘 할 수 없고, 뜻이 있더라도 밝지 않으면 잘 할 수 없다.” (雖有德不威不能焉 雖有志不明不能焉)

덕(德)과 지(志),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위엄[威]과 명석함[明]이 있어야 한다. 덕이 있어 제 한몸 착하더라도 아전들을 다스릴 수 있는 위엄이 없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려는 뜻이 있더라도 실제 일을 처리하는 명석함이 없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그저 사람만 좋아서는 안 되고 사람을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잘해 보겠다는 뜻만으로는 안 되고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통솔력과 직무능력이 있어야 한다. 

새삼 되풀이하건대 이토록 엄격하게 자질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령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민(民)이 곧바로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민(民)에게 책임을 부담하는 공직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공직자는 좋은 뜻만으로는 부족하고 통솔력과 직무능력이 있어야 한다. 

□ 글쓴이: 김태희(다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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