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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단상1] 작은 것 없으면 큰 것도 없다/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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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 없으면 큰 것도 없다

 

 

실학의 비조! 반계 유형원(1622~1673).

그의 국가개혁론을 담은 필생의 역저가 바로 <반계수록>이다.

책을 다 쓴 후 붙인 '서수록후(書隨錄後)'에 다음 구절이 있다.

 

 

"천하의 이치상 본(本)과 말(末), 대(大)와 소(小)가

서로 떨어진 적이 없다(天下之理 本末大小 未始相離).

치[寸]가 잘못된 자는 자[尺] 구실을 할 수 없고,

눈금이 잘못된 저울은 저울 구실을 할 수 없다.

그물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도 벼리가 제 구실을 하는 경우란 없다."

 

 

사람들은 근본을 중요하게 여기고 말단을 하찮게 여긴다.

큰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작은 것을 하찮게 여긴다.

세상사란 근본만으로, 큰 것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심오한 도라는 것도 이치라는 것도

구체적 사물과 일을 통해서 드러나고 행해진다.

사람마다 능한 바가 다르긴 하지만, 큰 그림과 대원칙에 유의하면서도,

디테일과 작은 실천에 충실할 일이다.

 

 

 

이런 생각은 연원이 있다.

아버지 유흠과 함께 역옥에 걸려 죽은 유몽인(1559~1623)도

"천하의 일에 본(本)만 있고 말(末)이 없는 것은 없다(天下之事 未有徒本而無末者)."고 말했다.

그 전에 살았던 이지함(1517~1578)은 또 이렇게 말했다.

 

"대저 덕(德)이란 것은 본(本)이요, 재(財)란 것은 말(末)이니,

본(本)과 말(末)의 한 쪽에 치우쳐 한 쪽을 폐해서는 안 된다.

본(本)으로써 말(末)을 제(制)하고 말(末)로써 본(本)을 제한 연후에야

사람의 도(道)가 궁하지 않게 된다.

(抵德者本也 財者末也 而本末不可偏廢. 以本制末 以末制本 然後人道不窮)"

 

 

도덕이 중요하지만, 도덕만으로 살 수 없다.

먹고 살만해야 도덕이 바로 설 수 있다.

거꾸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도덕이 타락한 세상 또한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은 아니다.

민생 없는 도덕지상주의는 허위였다.

도덕과 경제를 함께 힘쓰는 것!

이것이 바로 경세제민을 추구한 사람들의 기본 자세였다.

 

 

 

"본(本)과 말(末), 대(大)와 소(小)는 서로 떨어질 수 없다!"

 

 

 

ㅁ 글쓴이 : 김 태 희 (다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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