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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산책38] 부패의 카르텔/강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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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관찰사는 지방관직 중 으뜸으로 꼽는다. 다산은 「감사론(監司論)」에 그 이유를 선명히 밝히고 있는데, 골자는 재산증식이다. 어떻게 하냐고  관찰사가 부임하면, 휘하의 군(郡)과 현(縣)에 감영에 바칠 세금을 곡식 대신 돈으로 바치라고 공문을 띄운다. 값도 정해준다. 곡식 10말이면 돈 2백 냥이다. 시세보다 훨씬 비싼 것이지만, 어디라고 감히 볼멘소리를 할 것인가. 어쩌다 순진한 백성이 있어 곡식 10말을 지고 가면 받지 않고 돈으로 가져오라고 돌려보낸다. 무조건 돈이다!
 

 

 돈벌이하는 관찰사, 그와 얽힌 이익 카르텔
 
   이렇게 받은 돈은 이듬해 봄 춘궁기가 되면 셋으로 나누어 그중 한 몫을 곡식 10말의 값이라며 백성들에게 꾸어준다. 가을 추수 때가 되어 곡식이 흔해지면, 이때는 돈으로 받지 않고 곡식으로 받아 창고에 쌓아둔다. 이 곡식이 또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듬해 봄 곡식이 귀할 때면 팔아서 돈으로 바꾸고, 가을에 풍년이 들어 곡식값이 떨어지면 돈을 풀어 곡식을 사다가 쌓는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한 재산 모으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다.
 
   돈벌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후기에 가장 흔했던 묘지를 둘러싼 소송이 있으면 불문곡직 귀양을 보내고 벌금을 받는다. 소를 도살한 사람 역시 귀양을 보내고 벌금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은 차곡차곡 쌓인다. 돈벌이 외에는 관심 밖이다. 토호와 간리(奸吏)가 문서를 위조하고 법을 어겨 백성을 쥐어짜도 자신과 한통속이니 다스리지 않는다. 불효한 자, 형제간에 불화한 자, 아내를 박대한 자 등 윤리를 무너뜨리고 더럽힌 자가 있어도 헛소문일 뿐이라고 덮어준다. 그 뒤에서는 당연히 돈이 오갈 것이다. 관찰사의 소임은 행정이 아니라, 오직 관권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일 뿐이다.
 
   다산이 살았던 시대에 벼슬을 웬만큼 한 사람이라면, 관찰사 자리를 한 번은 거친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절대다수는 관찰사를 지내면서 한 재산을 불렸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관찰사를 지내지 않았다 해도, 아버지나 조부, 혹은 백부·숙부가, 형과 동생, 사촌·육촌, 그도 아니라면 외가나 처가 쪽의 누군가는 관찰사를 지냈을 것이다. 아니 관찰사가 없다면, 그, 아래 부사나 목사, 군수, 현감 따위는 지냈을 것이다. 과거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걱정 마시라, 음직(蔭職)으로도 지방관으로 나갈 수 있다. 이 역시 돈벌이의 좋은 수단이 되었던 것을 물론이다.
 
   백성을 착취해서 올린 수입은 관찰사만의 몫이 아니다. 당연히 일부는 서울의 재상들에게 상납한다. 또 일부는 자신을 찾아와 적선을 바라는 친척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좋은 평판을 얻는다. 관찰사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괜찮은 집안들은 서로 며느리와 사위를 주고받으며 그물망처럼 복잡한 혼반(婚班)을 이룬다. 과거를 치르면 알아서 뽑아주고, 좋다는 벼슬도 이 관계를 통해서 분배된다. 이렇게 하여 조선후기 서울의 거대 양반가, 곧 경화세족(京華世族)은 돈과 관직의 교환, 혼반의 형성을 통해 거대한 이익의 카르텔, 아니 부패의 카르텔을 이룬다.

 
부패를 가능하게 한 부패 카르텔을 주목해야

   한 사람의 양반, 혹은 관료는 당연히 부패 카르텔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부정으로 수입을 올린 그 부패한 관찰사는 가까운 피붙이거나 결혼으로 연결된 외면할 수 없는 그 누구이다. 한편으로는 같은 당파 소속이기도 하고 또 윗대에서 도움을 받은 그런 사이이기도 하다. 아무리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처벌하기란 불가능하다. 「감사론」의 말미에서 다산이, 관찰사란 대도(大盜)는 야경꾼이 감히 누구냐 묻지도 못하고, 의금부에서 감히 체포하지 못하고, 암행어사가 감히 공격하지 못하고, 재상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고 절망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씨의 뇌물수수와 부정부패는 세상에서 다 아는 바가 되었다. 굳이 중언부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의 부패를 가능하게 한 배후다. 거대한 부패의 카르텔이 있기에 미증유의 뇌물수수와 부정부패가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법에 의한 엄정한 처벌은 물론이지만, 이참에 그 배후에 있는 부패의 카르텔에 대해 한번 숙고해 보았으면 한다. 혹 범상한 우리도 그런 카르텔에 끼어들고자 하는 욕망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글쓴이 / 강명관(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저서 <신태영의 이혼 소송 1704~1713>,<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이 외로운 사람들아>,<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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